우리가 가지고있는 모든것이행복
저는 앞을 볼 수 없는 장애인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장님이라고 하더군요. 전 태어날 때부터 이렇지는 않았습니다.
몇 년 전 교통사고를 당했죠 그래서 저는 횡단보도를 건너기가 무서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 혼자 횡단보도를 건너게 되었지요
사실 두려웠습니다. 차들이 그렇게 많이 지나다니는 것 같지는 않았고 인적도 뜸해 보이는 곳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전 혼자서 건널 수가 없었습니다. 저에겐 용기가 없었으니까요
저는 횡단보도 앞에서 기다렸습니다 길을 지나가는 다른 사람과 함께 건너기 위해서였죠 한참을 그렇게 기다리고 있자니 한 사람이 저의 어깨를 조용히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저...같이 길을 건너도 될까요?"
젊은 여자였습니다 저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했습니다
저희 둘은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난 그 사람의 손을 꼭 잡지 않을 수 없었지요 여기저기서 자동차의 경적이 울려 대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무사히 길을 건널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인사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손을 놓고, 그녀 쪽으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러자 그녀가 말하더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 덕분에 무사히 길을 건널 수 있었어요 저는 원래부터 이렇게 앞을 볼 수 없는 게 아니었어요 얼마 전 사고로 눈을 잃었죠 아무튼 다음에도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해 주세요."
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 역시 앞을 볼 수가 없었는데... 아마도 길을 건너면서 울렸던 경적소리는 저희들 때문이었나 봅니다
- 박성철[등불1 中에서] 어느 소녀가 남긴 마지막 글-
이 글은 19세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저 세상으로 간 어느 소녀가 남긴 마지막 글입니다
누구나 다치기 전에는 볼 수 있는 것이, 숨을 쉬고 산다는 것조차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없는 것에 슬퍼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있음을 기뻐하고 주어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우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축복임을 아셔야 합니다 추운 아침 창가에서 당신에 안부를 묻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