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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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남편과 사랑에 빠지다2024-11-22 03:20
작성자 Level 10

오늘은 우리 부부의 결혼생활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말하자면 나름대로 불같은 연애를 해서 한 결혼이었는데도, 에너지가 끊임없이 공급되지 않는 불은 식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 것처럼, 열정은 어느순간 말 그대로 생활이 되어버립니다. 사랑이 식는다고들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시는것은 사랑이 아니라 열정이 아닐까요.

 

작년에 저희는 통계상 이혼율이 가장 높다던 공포의 결혼 4주년을 맞이했더랍니다.

신랑과 저는 성격이 진부한 그 표현대로 극과극 입니다. 제가 '불'이라면 신랑은 '물'이요   제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자만함의 극치인 '산'이라면, 신랑은 그야말로 그 속을 알 수 없는 '바다'입니다.

그리고 우리 부부에게 가장 큰제가 되는 충돌점은 '시간차'입니다. 어떤 소재로 부부싸움을 시작했더라도 항상 파고들어 보면 그 속 주제는 '시간차'인 것입니다.


가령 이런 것입니다. 무슨 사건이 났을 때, 저는 '얼른' 생각하고 결론을 내버려야 다음 행동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반해, 신랑은 시간을 두고 곰곰히 (제가 보기엔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만 하는 사람입니다.

신랑 혼자 천천히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 저는 이미 천국과 지옥을 열두번쯤 오가고 절망적인 심정으로 최악의 결정을 내리며 감정적으로 체념해 버린 상태인데 말입니다.

더욱 최악인 것은 정말이지 물처럼 유하며 웬만하면 평화주의자인 신랑은 그렇게 혼자 곰곰히 생각하는 동안 (혼자서) 모든 걱정 털어버리고 화도 풀어버리고 그런일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잊어버립니다. 모든 일에 깔끔한 결론을 원하는 공대출신 저에게 이런일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입니다.

 

연애때에는 그리고 언제까지였는지는 모르지만 결혼 초기에는 신랑과 저의 이런 점들이 마치 톱니바퀴의 톱니처럼 보였습니다. 두 톱니바퀴가 똑같이 생기면 맞물려 돌아갈 수 없듯이 우리의 성격이 이렇게 다르기 때문에 잘 맞물려 돌아갈 수 있다고요. 얼핏 그럴듯하지만 문제는 톱니바퀴가 마모된다는데 있었습니다. 마모된 부분에 기름칠을 해두지 않으면 언젠가는 멈춰설 것이지요.

조금씩 참았던 부분들,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납득하지 못한채, 또는 받아들이지 못한채, 신랑은 저에게 저는 신랑에게 '그래, 내가 참는다, 참아'라고 생각하며 아주 조금씩 쌓여간 그 부분이 결혼 4년째에는 더 쌓일 곳이 없었던지 어마어마한 크기로 폭발하고 말더군요.

 

어느날 정말이지 그때까지 중 가장 크게 싸우고, 그동안의 서러움과 서운함과 예전에 싸웠던 일까지 모조리 떠오르던 그날, 도저히 숨이 안 쉬어지더군요. 머릿속에는 이렇게 사느니 정말이지 죽어버리는게 낫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세상에 무서운거 하나없이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저에게 이런 생각이 들게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저희 신랑은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신랑을 방에 두고 거실에 나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감사하게도, 무릎 탁 꿇으며 하나님께 울부짖었습니다. 기도랄 것도 없었습니다. 단 세마디만 계속 울면서 반복했으니까요.

"하나님, 이제 더이상 못하겠어요. 안할거예요. 살려주세요."

속으로 한것도 아니고 신랑 들으라는 듯이 대성통곡 하면서 큰 소리로 울부짖었습니다.

울다보면 자기 설움에 겨워 더 울게되는 그런거 있잖아요, 한 삼십분쯤 그렇게 울면서 투정했나 봅니다. 어느 순간 마음속에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습니다.

뭐, 제가 그다지 '영빨'있는 사람은 아닌지라 실제로 음성이 들린다거나 하는건 아니지만, 정말 확실하게 이런 생각이 자막 찍히듯이 마음속에 찍히는 것입니다.

'너희 결혼은, 너희 가정은 <하나님의 계획>인데, 너는 그러면 <하나님의 계획>을 깨는 사람이 될 것이냐.'

 

그말 한마디에 더이상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 화가 풀린것도 아니고, 감정이 해결된 것도 아니고,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었지만 도저히 이제 더는 못하겠다고 우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사랑'한다고 했지만, '사랑'의 이름으로 신랑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규정'하려 했던 모습. '내사랑'으로 사랑하려 했기에 내 마음에 드는 모습은 사랑하고, 내 기준에 맞지 않는 모습은 미워하고 적대시 했던 내 모습.

모든 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부부간의 사랑도 내 안에 하나님을 담고, 하나님은 사랑이시니 사랑이신 하나님이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깨달음이 천둥처럼 울렸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부부는 여전히 하나님의 크신 계획을 사소하게 매일 이뤄가며 살고 있다는 얘기.

 

최근에 신랑과 또 한번 커다란 다툼이 있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생활고에 지친 신랑이 애정표현을 예전만큼 안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신랑은 변은 "내가 하는 모든일이 너를 위한 것이다. 너를 위해 (더럽고 치사하지만) 회사가고, 너를 위해 돈 벌고, 너를 위해 고양이 똥도 치운다." 였지만,

사실 여자들은 이런 큰 무엇은 당연하고, 사소한 표현까지도  원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나만 그런가?)

물론 천성적으로 이런걸 아기자기 잘하는 남자들도 있지만, 저희 신랑은 천성적으로 이런걸 잘 못합니다. 아무튼 한줄로 표현하자면 저는 '애정의 대상이던 제가 생활이 되어가는' 것이 싫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신랑과 그 부분을 심도있게 논의 했습니다.

제 논지는 이것입니다. 만약 우리 서로에게 이렇듯 생활이 되어서 가슴은 미지근해지고, 서로에게 두근거림 (화나서 심장이 벌렁거리는 거 제외하고) 없이 옛말 그대로 그냥 정으로 살다가 혹시라도 '나'에게 '감정의 떨림'을 보이는 남자를 만나면 그때, 설령 몸은 넘어가지 않더라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느냐. 반대로 '당신'이 밖에서 누군가를 만났을 때, '당신'에게 예전에 있었던 열정을 슬쩍 불러 일으키는 듯한 여자를 만나게 되면, 그걸 사랑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 애정이 생활이 되도록, 서로를 향한 마음이 식어지도록 방치하는 것은, 서로를 그러한 유혹에 무방비 상태로 방치하는 것과 같다!!!

이런 제 논리에 나름 수긍했는지 신랑이 그 후로는 나름 부지런히 예뻐라 해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주고, 스킨쉽도 해주고, 집안일도 해주더군요.

 

여담입니다만, 게리 채프만씨가 쓰신 '사랑의 5가지 언어'라는 책에, 사람에게는 5가지 사랑의 언어가 있는데, 사람마다 고유한 제1의 사랑의 언어(그것을 표현해 줬을때, 사랑받는다고 느낌)가 있답니다. 그 다섯가지는 1. 인정하는 말,  2. 함께하는 시간,  3. 선물,  4. 봉사,  5.육체적인 접촉 입니다.

이책을 나눠 읽고 저와 신랑이 나눴던 대화입니다.

"오빠, 오빠의 제1의 사랑의 언어는 뭔거 같아?"

"응? 글쎄... 인정하는 말?"

"그럴줄 알았어. 그럼 나는 뭔거 같아?"

"너? 글쎄... 너는 육체적인 접촉!"

"땡, 틀렸답니다."

"그럼 뭔데?"

"나의 제1사랑의 언어는 여보가 (귀엽게!!)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일단 선물을 주고, 틈틈히 육체적인 접촉을 막 하면서, 봉사를 하는 거지."

"쯧쯧, 그런데 왜 인정하는 말은 빠지냐?"

"나는 이미 충분히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인정 따윈 별로 필요치 않아!! 굳이 필요한 건 하나님의 인정 정도일까? ㅋ"

뭐, 대충 이런 대화를 나눴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위의 논쟁에 납득당한 신랑에게서 저런 태도가 나오는 것이지요. (예뻐라 해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스킨쉽과 집안일을 하는 것!!)

 


아무튼, 이런 집안 이야기 부끄러워하면서도 다 까발리는 것은 사실 오늘 읽은 책 때문입니다.

제목은 "남편과 사랑에 빠지다"이고 지은이는 폴라 프리드릭센입니다.

도서관에서 발견한 주옥과 같은 이 책을 첫장부터 읽다보니 예전의 제 경험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더군요. 제가 느끼고 기도하며 깨달았던 것들을 지구 반대편의 대국 미국이라는 나라의 어떤 아줌마도 깨닫고 책까지 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저만 이런 생각을 했던게 아니더군요.

어차피 똑같은 깨달음이라면 제가 먼저 잽싸게 써서 책을 냈으면 좋았을 것을.. 대박을 놓쳤군 하면서 계속 읽었는데... 제가 아니라 이 아줌마가 이런 책을 쓸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보이더군요. 저에게 아직 이 아줌마 정도의 신앙의 내공이 없더군요. 하하. 아쉽게 되었지 뭡니까.

아무튼 이 책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모습과 소재와 상황은 다를지라도 사람의 마음은 비슷하게 흘러갈 것 같습니다. 생활의 기반을 잡아야 한다는 이유로, 아이를 양육해야 한다는 이유로 결혼 후 3-5년차에는 부부관계가 소원해지기 쉬운 것 같습니다. 한번 멀어지면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는 한 예전처럼 가까워지기가 쉽지 않은 것이 관계이듯이 부부관계도 그런 것 같습니다.

생활이 어려워도, 아무리 다른 급한 일들이 산재해 있어도 부부 사이의 끈을 느슨하게 풀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조근조근 말해줍니다.

그리고 더불어 구체적인 방법들도 제시해 줍니다. 물론, 우리나라 정서와는 맞지 않는 부분들도 있지만, 그런것을 감안하고라도 부부가 함께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별로 지루하지 않게 여러 구체적인 부부들의 경험담을 곁들여 재미있게 쓰여져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재미있어서 수하 잠깐 낮잠 자는 틈에 후딱 절반이나 읽어버렸답니다.

물론, 호/비호에는 개인차가 있겠지만요.

 

오늘의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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