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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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바다의 영성2024-11-28 04:31
작성자 Level 10

강준민 목사님 칼럼 "바다의 영성중에서"

나는 산을 좋아한다. 산은 산이기 때문이다.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바다는 바다이기
때문이다. 산과 바다는 다르다. 그래서 나는 산이 좋고, 바다가 좋다. 산은 따뜻하다.
산은 머물러 있다. 산은 정적이다. 그러나 바다는 차갑다. 바다는 출렁인다. 바다는 동
적이다. 산과 바다가 함께 만나서 살면 좋으련만 그렇게 살수는 없다. 산은 멀리서 바
다를 바라보며 사랑하고, 바다는 멀리서 산을 바라보며 사랑한다. 떨어져 있는 산이
더욱 잘 보이는 것처럼, 산과 바다는 어느 정도 떨어진 채 서로를 사랑한다.

산과 바다는 서로의 위치를 잘 지키며 살아간다. 그것이 아름답고, 그것이 고상하기
때문이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 하덕규집사님의 노
래가운데 "세상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가는 풍
경"이라는 가사가 있다. 모든 것이 제 자리에 돌아갈 때 가장 아름답다. 자연스럽다.
그리고 편안하다.

최근에 나는 San Diego 가까이에 있는 Oceanside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바다를 더
욱 알게 되었다. 사랑이 알수록 깊어지는 것처럼 바다도 마찬가지다. 바다를 알고, 바
다를 이해하면 할수록 바다를 더욱 사랑하게 된다. 바다를 알기 위해서는 바다를 만나
야 한다. 바다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바다를 바라보고, 바다가 하는 말을 들어
야 한다. 바다의 음성을 듣고, 바다의 노래를 듣고, 바다의 흐느끼는 소리를 들어야 한
다. 바다 속에 담긴 슬픔과 환희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바다를 겉으로 본다고 바다를 아는 것이 아니다. 바다와 친해져야 한다. 바다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바다는 친숙해 지기 전까지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침묵한다. 그
러나 가까이서 사랑을 고백하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 조용히 자신의 정체를 드러
낸다. 바다는 살아 있다. 바다는 숨쉬고 있다. 바다도 매일 바다 갈매기들과 사랑을 한
다.

바다 갈매기들은 바다와 함께 연애를 한다. 바다를 날면서 바다가 주는 물고기를 먹
고, 바다 위에서 묘기를 펼치기도 한다. 바다 갈매기들은 바다를 날면서 재롱을 떨기
도 하고, 가끔은 바다와 입을 맞추기도 한다. 고독한 바다 곁에서 고독을 달래주는 친
구가 되어 우직한 소리를 발하기도 한다.

바다는 충만해서 좋다. 눈앞에 출렁이는 바다는 그야말로 출렁이는 충만이다. 바다 속
에는 아름다운 보배가 담겨 있다. 바다는 누구나 환영한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바다는 여유가 있다. 서두르거나 초조해 하지 않는다. 분주한 모습이 없다. 바다는 여
백으로 가득차 있다. 여백은 여백인데 충만한 여백이다.

바다는 늙지 않는다. 바다는 늘 푸르다. 바다는 원숙한 노인과 같다. 그러나 바다는 영
원한 청춘이다. 바다는 가능성으로 충만해 있다. 한 마리 물고기 속에 충만한 미래가
있다. 물고기 한 마리는 수많은 물고기를 담은 씨앗이다. 한 마리 물고기 속에 담긴 알
을 보라. 알속에 담긴 수천, 수만의 물고기를 보라.

바다는 넓은 품을 가진 어머니와 같다. 모든 것을 품고, 모든 것을 키운다. 모든 것을
품고,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모든 것을 치유한다. 모든 것을 새롭게 한다. 바다를 통
해 넓은 품을 소유하신 예수님을 만난다. 가장 낮은 데로 임해서 모든 사람을 품고 섬
기신 예수님을 만난다. 출렁이는 바다 앞에서 출렁이는 미래를 본다. 출렁이는 바다
앞에서 빛나는 설레임을 품는다.

우리 모두가 충만한 바다와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을 가슴에 품고
사랑하는 사랑의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바다의 영성은 그 품이 넓다. 바다의 영성
은 그 깊이가 깊다. 넓이와 깊이가 함께 만나는 바다를 통해 우리는 예수님의 영성을
배운다. 바다처럼 충만한 영성, 여백이 있는 영성, 겸손하게 자기를 낮추는 영성, 모
든 것을 품고 변화시키는 영성을 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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