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를 단순히 전화로만 생각하면 당신은 기성세대다.SK텔레콤, KTF, LG텔레 콤 등 이동통신회사가 연령별로 휴대전화를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0대 이상은 음성통화가 100%에 가깝고, 30대는 문자메시지가 음성전화의 보 조 역할을 한다. 반면 20대는 문자메시지 사용 빈도가 70%로 음성(30%)을 압도한다. 10대는 주로 어떤 용도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지 규정 짓기 어렵다. 워낙 다양한 용도 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양대 정보사회학과 윤영민 교수는 “휴대전화는 단순한 상품을 넘어서 인류의 라이 프 스타일을 바꿔 나가고 있다”며 “미래에 인간과 휴대전화와의 관계를 전망하려면 한국의 디지털 키즈의 문화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는 만능 키=겨울방학 전인 작년 12월 중순. 경기 포천시 일동종합고 1년 김 모 군(17)은 오전 6시 반 휴대전화 알람에 맞춰 기상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 다. 1교시에는 졸고 있는 친구를 폰카로 몰래 찍고 쉬는 시간에는 휴대전화 MP3로 노 래를 들었다.
점심시간에는 휴대전화로 모바일 만화 ‘아즈망가 대왕’을 봤다. 또 휴대전화로 인터넷 에 접속해 옥션 경매 상황을 확인한 뒤 그동안 모은 용돈으로 10만 원짜리 ‘모형조립 용 도료분무기’를 구입했다. 오후 쉬는 시간에는 휴대전화 적외선 수신기능을 이용해 친구들에게 직접 만든 벨소리와 배경화면을 전달했다.
오후 11시 학원에 갔다 와 휴대전화를 분해해서 먼지를 닦아냈다. 다음 날 오전 1시 휴대전화 MP3로 노래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KTF 커뮤니케이션팀 이수호 대리는 “고객조사차 만난 한 고교생의 등에 뭔가 묻은 것 을 보고 말해주자 학생이 바로 카메라폰으로 등을 찍어 확인했다”며 “휴대전화가 10 대의 의식 속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지 실감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는 나를 드러내는 상징=기성세대에게 자동차, 집, 옷은 사회적 계층과 개 성을 드러내는 상징물이다. 디지털 키즈에게는 휴대전화가 그렇다.
광주 금호고 1년 박모 군(17)은 중1 때부터 지금까지 4년간 20여 개의 휴대전화를 사 용했다. 중3 때는 3개나 가지고 다녔다. 그가 휴대전화를 바꾸는 이유는 주로 디자인. 멋있는 디자인의 휴대전화를 보거나 친구들이 내 휴대전화와 똑같은 걸 가지고 다니 면 참을 수가 없다.
새 휴대전화를 사기 위해 박 군은 용돈을 모으거나 가끔 부모님께 거짓말도 하고 갈 비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다.
휴대전화를 바꾸지 못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튜닝(개조)’을 한다. 휴대전화 키보드마 다 다른 빛이 나오도록 발광 다이오드 교체, 스프레이로 색깔 칠하기 등 튜닝의 종류 만 10여 가지가 넘는다.
▽혼자 노는 아이들=휴대전화는 학교 풍경까지 바꿨다. 지난달 31일 서울 아현중 3학 년 교실. 점심시간인데도 운동장이나 복도에 나와 뛰어 노는 학생이 별로 없다.
한 교실에 들어서니 10여 명이 두 패로 나뉘어 두 학생이 새로 다운받은 모바일 게임 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모여서 수다를 떠는 학생 중 몇 명은 한 손으로 문자메 시지를 끊임없이 보낸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휴대전화를 쓴 김모 군(15)은 “잠잘 때 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다”며 “하루에 문자메시지를 1200개를 보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학교 풍경이 크게 바뀐 것 같다”는 질문에 한 교사는 “수학여행을 가는 버스 안에서 도 학생들이 모바일 게임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느라 버스 안이 조용할 정도로 혼자 노는 문화가 일반화돼 있다”고 전했다.
적잖은 학생들이 휴대전화 중독 증세를 보이면서 각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 간에 휴 대전화를 놓고 논쟁도 끊이질 않는다.
(동아일보/'05.2.14) 퍼왔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