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청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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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단편/즉흥] 어느 기독교인의 사랑2024-10-16 06:51
작성자 Level 10

나를 사랑하는 그녀가
나를 사랑한다 합니다.
미치도록
가슴 터지도록
나를 사랑한다 합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자신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달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그녀...
저는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할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나, 이런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굳게 결심을 했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당신은 정말 좋은 여자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제가 그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에 감격한 듯, 왈칵
눈믈을 쏟으려 합니다. 하지만 끝에 이어진 여운에, 곧, 다시 저를 쳐
다보며, 다음에 이어질 말을 기다렸습니다. 그녀의 눈빛에는 묘한 기
대가 서려있었습니다.
혹시 그녀는, '그러나' 단에 대한, 색다른 반전의 감동을 기대하고
있는 걸까요?
지금 이 순간. 과연 그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런 그녀의 기대 속에, 저는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저는 당신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제게는 이미,
누구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산히 부셔진 기대...그리고 꿈..
그녀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멍하니 저의 눈을 바라보다. 강직한 저
의 눈빛에 그만,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흐느끼기 시작
합니다.
너무나 구슬프게 울음을 터트리는 그녀....그녀를 안아주고 싶지
만...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조심스레 보듬어 주고 싶지만....저는 그
럴 자격이 없습니다.
저는 그녀에게...눈물을 안겨주었기 때문입니다.
청초한 하얀 비둘기처럼...그녀는 자그마하게 어깨를 떨고 있습니
다.
아아...나는 정말 못난 남자입니다.
한참을 울던 그녀는 애써 울먹임을 자제하며 나지막히 떨리는 목소
리 입을 열었습니다.
그녀는 제게 말합니다.


"그러면 당신이 제일 사랑하는 그 사람은 누구인가요? "


원망.........분노.......그녀의 눈 속에 이러한 것들이 담겨 있었
지만, 그보다도, 그녀의 슬픈 눈빛을 더욱 크게 차지하고 있던 것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그 사람에 대한 부러움이었
을 것입니다.
그리고....체념이었을 겁니다.
그것은 아마도, 강직한 저의 눈동자 속에서 그녀는 '그 사람'에 대
한 저의 변치 않을 마음을 느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
'그' 에 대한 뜨거운 저의 마음을 느꼈기 때문이었겠지요.
그래요. 그만큼 저는 그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저의 마음속에서 크게 자리하고 있
습니다.
저는 입을 열었습니다.
그녀의 눈이 저의 입에 고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그. 그는 바로… … 지금 이 순간.
당신을 만날 수 있게 해준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아버지입니다. 그 분
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상냥한, 당신을 만나게 해 주었고. 또한 당신이
저를 사랑하게 해준, 감당치 못할 커다란 은혜를 배풀어 주셨습니다.
나의 모든 것을 돌보시고 또한 저의 소원을 들어주시는 그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당신을 만나게 해 준 그 분, 하나님 아버지를 저는 너
무나 사랑합니다.
때문에 당신은 제게 있어 세상에서 두 번째로 사랑하는 사람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저를....용서해 주시겠는지요?"

그녀는 이제까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더욱 커다란 눈물을 흘렸습
니다. 그러나 그것은, 슬픔과 상처의 씨앗이 아닌. 기쁨과 환희의 열
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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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글발이 올라 즉석
으로 두드려 보는 짧은 단편입니다.
어떤가요?
당신도 이 글의 주인공의 마음과 같나요?
저는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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